주빌리은행 "정치권 통해 재도개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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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공증사기 감사 진행할 것”…공증사기로 17년 소송 사채업자 득세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사채업자의 공증사기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가 전국 공증사무소에 대해 피해사례 감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5일 최근 문제가 된 공증사기와 관련 이와 같은 입장을 내놓고 공증 과정에서 채무자의권리 보호를 위해 공증제도개선위원회를 운영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 공중파 방송에서는 사채업자들이 실제 빌려 준 돈보다 10배 이상 부풀려 공증서류를 작성, 이를 근거로 채무자의 급여를 평생 압류해 가는 실태가 폭로됐다.

법무부는 공증의 제도개선 계획을 묻는 <이코노믹리뷰>의 질의에 대해 “부적정 공증사무 적발 및 시정조치를 위해 매년 공증감사 계획을 수립한 후 공증감사 전담팀을 통해 공증사무소에 대한 정기감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민원 등 이해관계자의 문제제기가 있는 경우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있고 감사결과 공증인이 공증관계법령을 위반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공증인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는 “향후 피해사례를 유념해 전국 공증사무소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고 부적정 공증사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사채업자들이 악용하는 약속어음 공정증서. 소액의 현금을 빌려주고 후에 채무자 모르게 수천만원의 채무액을 넣어 채무자의 급여를 평생 차압하는 데 이용된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 400만원 사채 빚으로 소송으로 얼룩진 17년…“이제는 소송비용이 빚 돼”

법부부가 감사를 강화하겠다는 공증사기의 피해는 얼마나 심각할 걸까? 공증서류에 도장을 찍는 채무자들의 채무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평생 빚의 노예가 됐다. 변호사가 공증한 ‘약속어음’ 서류는 재판 없이 채무자의 모든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 이 같은 법적효과가 한번 걸리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송사의 늪을 만들었다.

22년째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S씨(57세)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S씨는 무려 17년 동안 한 사채업자가 제기한 소송으로 월급이 압류되고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채업자 K는 최근 S씨와 진행하고 있는 법원에 S씨가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공증서류에 필적감정을 신청했다. ‘공증서류에 도장을 찍은 후 금액을 적어 넣었다’는 것이 필적감정의 결과였다.

재판결과가 S씨에게 유리하게 나오더라도 끝이 아니다. 하나의 재판이 끝나면 또 다시 압류와 소송이 시작됐다. 이번 재판이 사채업자 K가 걸어온 3번째 재판이었다.

S씨가 사채업자 K를 알게 된 것은 지난 2001년의 일이었다. 그는 30대 초반에 친척의 보증으로 빚더미에 올랐다. 당시 S씨의 급여는 100만원. 모든 금융권에서 돈을 끌어 갚았을 때는 정작 생활비가 없었다. S씨는 당시 K에게 400만원을 빌리고 K가 내민 여러 장의 백지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도장을 찍은 서류는 이후 ‘공증증서’가 되어 S씨의 인생을 차압했다.

S씨는 빌린 돈을 다 갚고도 지난 2010년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사채업자 K가 아직 받을 돈이 있다며 제시한 공증서류에는 1억원 빚이 적혀 있었다. 급여 100만원을 받으며 근근이 살았던 S씨는 재판할 여력이 없었다. S씨는 기존의 보증 빚과 사채업자의 공증 빚 1억원을 5년 동안 나눠 갚았고 회생법원이 빚 일부를 탕감해 줬다.

S씨가 5년 동안 빚을 갚자 사채업자 K는 이번에 2억500만원의 공증서류로 S씨의 급여를 압류했다. 400만원을 빌릴 때 도장을 찍었던 백지서류에 사채업자가 2억500만원을 적어 넣었다.

이번에는 S씨가 공증서류가 무효라는 소송을 냈다. 빌리지도 않은 빚 증서에 계속되는 급여압류를 그는 견딜 수 없었다. 소송은 3년에 걸쳐 대법원으로 갔다.

대법원이 S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증한 빚 증서에 따른 압류도 풀리는 듯 했다. 이후 사채업자는 또 소송을 걸었다. 소송서류에는 이번에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채업자 K는 이번에 백지 증서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넣어 소송을 제기했다. 압류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S씨는 이 소송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7년 째 벌어지고 있는 공증사기 소송의 전말이다.

사채업자가 돈을 들여 유명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하는 동안 S씨는 빚을 내어 소송을 이어갔다.

S씨는 “더는 소송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며 “십 수 년 동안 급여가 압류됐지만 아직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고 파산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사채업자의 감언이설에 속아 백지 공증서류를 작성한 사람들은 S씨 말고도 더 있다. 피해자들은 사회관계망 등에서 피해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대기업을 다니다 아버지의 보증채무로 빚을 진 Y씨도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다. 금융업에 종사했던 그는 아버지 빚을 갚다 신용의 하락으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사채업자K의 행각이 알려지자, Y씨는 평생 빚의 노예가 되는 것이 두려워 일찌감치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그는 “개인회생 이후에도 거듭 소송이 제기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사채업자가 실제 빌려 준 돈보다 많은 돈을 독촉할 수 있었던 것은 공증제도의 허점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채업자들은 현금으로 돈을 빌려주면서 백지의 약속어음 증서에 채무자의 도장만 받아 놓는다. 이후 백지 약속어음 증서에 금액을 부풀려 기재한 후 법원에 압류신청을 하면 채무자의 급여는 차압된다. 약속어음 증서를 공증 받으면 재판 없이 압류가 가능한 점을 사채업자가 이용한 것.

사채업자는 위임장에 도장만 받아 놓는다. 후에 사채업자 자신이 채무자의 위임을 받은 것처럼 꾸며 공증변호사에게 공증를 받는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 시민단체 “피해심각…정치권에 처벌강화 등 제도개선 요구할 것”

채무를 조정하는 시민단체에도 공증사기로 피해를 본 채무자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채무소각 운동과 채무조정을 하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에서는 최근 이 같은 사례를 접하고 실태파악에 들어갔다. 주빌리은행은 전국 금융복지상담센터와 불법사채 채무상담 사례를 공유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주빌리은행은 지난 1월 사채업자에게 400만원을 빌리고 백지 공증서류를 작성한 한 공무원의 상담을 접하고 직접 사채업자를 만나 채무를 조정했다. 주빌리은행은 엄정한 단속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빌리은행 유순덕 상임이사는 “공증사기를 일삼는 사채업자가 지금 남부지방법원에서 3년 동안 재판을 받는데, 재판을 받으면서도 공증제도를 악용해 계속 채무자의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며 “신속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주빌리은행은 정치권과 연대해 공증사기의 폐해를 알리고 제도개선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채무 금융교육 부재도 문제…”사채 쓰려면 과감히 채무조정”

사채업자 K에게 돈을 빌려 쓴 사람들의 사정은 제각각이었다. 저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피해자들 가운데는 공무원부터 대학교수까지 직업도 다양했다. 주로 안정적인 급여 소득자들이 공증사기의 주요 타킷이다. 평생 급여를 압류할 수 있기 때문.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파산법조계 한 변호사는 “사채업자가 의도성으로 가지고 현금을 빌려줘 아무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백지공증서류는 나중에 금액과 채권자 이름이 채워져서 압류가 이뤄진다”며 “압류의 무효를 다투는 청구이의 소송 재판을 하더라도 증거가 없어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것도 공증사기 피해를 양산하는 원인 중 하나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증업계의 자정노력도 있어야 한다. 법무부가 지난 2013년에 제정한 ‘(공증)집행증서 작성사무지침’에 따르면 공증인은 대부업자 등이 채무자를 대신하여 집행증서 작성을 촉탁하는 경우 이를 거절하여야 한다.

사정이 급박하더라도 사채의 위험성을 간과한 채무자들의 책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사채를 쓸 상황이라면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민영안 서울지부장은 “사채를 쓰는 채무자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급전을 빌려준다는 광고가 많고, 비교적 손쉽게 빌릴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적으로 채무자 책임으로 돌릴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 지부장은 “따라서 금융교육과 채무상담이 매우 중요하다. 교육을 통해 금융지식을 배양하고 상담을 통해 본인의 채무과중도를 진단해 적절한 채무조정제도를 안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법사금융 이용규모는 2018년 말 기준 약 7조1000억원(41만명)이며 대부업 이용규모는 지난해 6월 기준 약 16조7000억원(200만7000명)이다.

양인정 기자 | lawyang@econovill.com |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8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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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T15:15:58+00:00 2020.02.10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