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끝난 빚인데 통장까지 압류”…면책채권 걸러내지 못한 금융공공기관①[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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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끝난 빚인데 통장까지 압류”…면책채권 걸러내지 못한 금융공공기관①[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법원에서 면책 받은 채권, 정상채권으로 분류돼 추심 이어져
▷채무불이행자 등록돼 정상적인 경제활동 전반에 제약 받아
▷송달·이관 시스템의 사각지대…양 기관 “면책 정보, 후속 기관 전달되지 않아”

입력 : 2025.12.01 15:33  수정 : 2025.12.02 08:43


법원에서 면책된 채권이 금융공공기관의 절차적 부실로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인수돼 이를 바탕으로 장기간 추심을 진행하고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AI이미지/Chat GPT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법원에서 면책된 채권이 이관 과정에서 누락되면서 이를 인수한 금융공공기관이 장기간 추심을 진행하고 통장 압류와 채무불이행자 등록 등 각종 법적 조치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공공기관의 채권관리 절차적 부실에 따른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대표적 사례로 면책채권 관리절차에 대한 감독기준 강화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씨가 2011년 부산지방법원으로 부터 파산선고 및 면책 결정을 받았다. 사진=롤링주빌리


A씨가 2011년 부산지방법원으로 부터 파산선고 및 면책 결정문. 해당 문서 채권자 목록에 ‘부산이상호저축은행’이 적혀있다. 사진=롤링주빌리

1일 위즈경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2011년 부산지방법원에서 파산 선고와 함께 채무 전액에 대한 면책 결정을 받았다. 파산법 566조에 따르면 법원의 면책 결정이 확정되면 파산자는 파산채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해당 채권이 법적으로 소멸됐음을 의미하며 채권자는 더 이상 이를 근거로 추심·압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소멸된 채권은 원채권자인 부산2상호저축은행의 파산 이후 예금보험공사에서 채권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상 채권으로 분류돼 케이알앤씨(구 정리금융공사)로 양도됐다. 해당 기관은 이를 근거로 A씨에게 채권추심과 채무불이행자 등록, 통장 압류 등을 진행했다. 

실제 본지가 확보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케이알앤씨는 2013년 A씨에 대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해달라는 신청을 했고 법원은 같은 해 8월 이를 받아들었다. 2016년에는 A씨에게 314만원의 지급명령이 내려졌고 다음해 A씨의 통장에 대한 압류까지 허용했다. 2021년에도 케이알앤씨는 A씨를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다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또 받아들였다. 

A씨는 법원의 파산 및 면책 결정에 대한 효력을 알지 못한 채 수년간 채권 추심에 시달려야 했다.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금융기관 이용은 물론 정상적인 사회활동 전반에도 중대한 제약을 받았다. 그는 “통장이 압류되고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돼도 파산해서 그런 줄 알고 받아들여야만 했다”며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인데도 압류된 통장에 있는 80만원은 몇 년째 손도 못대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확보한 법원 문서. 케이알앤씨는 2013년 A씨를 상대로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사진=롤링주빌리


본지가 확보한 법원 문서. 케이알앤씨는 2013년 A씨를 상대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사진=롤링주빌리

본지가 확보한 법원 문서. 케이알앤씨는 2013년 A씨를 상대로 2016년 약 314만원에 대한 지급명령채권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사진=롤링주빌리

◇면책 채권은 왜 걸러지지 않았나?

위즈경제는 법원의 면책 결정이 확정된 채권이 어떻게 정상 채권으로 분류돼 공공기관으로 넘어가 추심과 압류까지 이어졌는지에 대해 케이알앤씨와 캠코 측에 각각 문의했다. 취재결과 가장 큰 문제는 파산·면책 결정문이 애초에 기관으로 전달되지 않은 채 채권만 이관된 구조적 허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부실금융기관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금융당국은 해당 기관에 대한 경영 개입 절차에 들어가고 우량자산은 다른 금융회사로 이관된다. 반면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은 곧바로 케이알앤씨에 넘겨지거나 예금보험공사에서 채권정리 절차를 거친 뒤 케이알앤씨에 이관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케이알앤씨는 일정 기간 자체 회수 노력을 진행한 뒤 회수 가능성·관리 비용 등을 평가해 캠코에 매각하거나 이관한다.

케이알앤씨 측은 법원의 면책 결정문이 채무자와 ‘원 채권자’에게만 송달되는 제도적 한계를 지적했다. 법원의 면책 결정문은 개인정보가 포함돼 원칙적으로 타인이 면책 결정문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케이알앤씨 관계자는 “당시 부산2상호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된 부실자산이 넘어오는 과정에서 파산 결정문이 함께 송달되지 않아 정상채권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며 “면책 결정문이 있었다면 압류나 지급명령 등 법적 조치는 애초에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알앤씨 측은 “면책 사실이 확인되기만 하면 캠코와 협조해 압류 해제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즉각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캠코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캠코 관계자는 면책 채권이 추심과 압류로 이어진 경위에 대해 “파산 면책 채권의 경우 양수(讓受·사물을 다른 사람에게서 넘겨받음)도 제외 채권에 해당되나 양수 단계에서 파산·면책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캠코는 현재 파산·면책 여부를 추가 확인 중이며 “면책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법적 조치를 해제하고 내규에 따른 채권 소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부실금융회사를 정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부보금융회사(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납부하는 동시에 보험보장을 받는 금융기관)와 부실금융회사 간의 합병 등의 알선, 계약이전, 정리금융회사의 설립 및 자금지원 등을 통해 부실금융회사를 정리한다.

★케이알앤씨(KR&C)

예금보험공사의 부실금융회사 정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자회사로 ▲부실금융회사, 청·파산법인, 정리금융회사, 예금보험공사 등으로부터 자산 및 부채의 인수 정리 ▲부실종합금융회사의 정리에 따른 업무 등을 수행한다.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위즈경제가 진행하는 장기 심층취재 시리즈입니다. 불법사금융,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점점 더 정교해지고 악질적으로 변하는 범죄들과 사회적 부조리 속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일상과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실효성 없는 제도와 소극적인 보호뿐입니다. 가해자는 진화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느리고, 그 책임은 여전히 남의 일입니다. 왜 피해자만이 끝까지 남아서 홀로 그 큰 무게를 감당해야 할까요? 이에 본지는 반복되는 피해의 이면에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짚고, 피해자가 사회에서 더 이상 ‘관리 대상’이나 ‘부주의한 개인’으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모으고자 합니다.(편집자주)

2025-12-02T17:26:10+09:00 2025.12.02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