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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진출 국내 금융회사들, 약탈적 대출조건 `비판`

5인 맞보증, 경제적 연좌제…일본 대부업체, 한국 진출모습 `유사판`

양인정 기자  |  lawyang@econovill.com  |  승인 2017.06.26  08:25:07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동남아 지역중 미얀마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얀마는 미국 등 선진국 금융이 진출하지 않아 선점하기 좋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동남아 지역중 미얀마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얀마는 미국 등 선진국 금융이 진출하지 않아 선점하기 좋은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미얀마에 진출한 금융기관은 우리파이낸스,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 BNK캐피탈, KB국민은행, 농협파이낸스, IBK캐피탈, 신한카드다.
우리금융지주의 우리파이낸스는 지난해 9월 미얀마 금융당국으로부터 소액 대출사업권을 취득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중장기적으로 500개의 지점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도 2014년 8월 하나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설립했다. 현재 17개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BNK그룹은 2014년 3월에 캐피탈 계열사가 캐피탈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미얀마에 진출했다. 미얀마 양곤지역에 설치한 본점을 비롯, 8개의 영업점을 두고, 몬주에 3개의 영업점 추가, 총 12개의 영업점을 두고 있다.
KB국민지주의 국민은행도 양곤에 1호점을 시작해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성이 강한 NH농협금융그룸도 계열사인 농협파이낸스가 총 5억원을 운용하고 현재 3개에 55명의 직원이 있다. 농협파이낸스는 올해 지점을 6~7곳으로 늘리고 총 18억원의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장래 미얀마 정부의 은행업 허가를 염두하고 이 같은 소액대출(마이크로 파이낸스)사업에 진출해 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빈곤층에게 소액으로 대출해 주는 사업을 말한다. 방글라데시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1976년 그라민 은행을 설립해 당시 고리대금업자로부터 고통받는 빈곤층을 위해 소액대출을 해준 것이 그 유래다. 유누스는 이 같은 활동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연이율 30%, 고리대금 수준

이들 금융회사들이 영업하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사업은 그러나 조건이 약탈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의 소액대출조건은 1인당 대출한도가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으로 이자율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 연 30% 수준이다.
우리나라 이자율에 비하면 높지만, 고리대금의 사채가 널리 퍼진 현지 사정에 비취어 보면 높은 이율이 아니라고 이들 금융회사들은 해명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회사인 `신나는 조합`의 한 관계자는 “미얀마 진출 금융기관들의 이자율이 한국에 비하면 높지만 저소득 국가의 소액 대출 사업은 현지 경제 사정과 위험률을 감안해 책정되는 점이 있어 이 같은 이자율이 반드시 고금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국 금융국장은 “나라들 마다 금융발전단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이자율이 연 30%라 할지라도 고리 사채시장이 만연한 미얀마의 사정을 감안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소액대출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일본 대부업체가 자국의 규제를 피해 우리나라에 진출해 고리대금업을 하는 모습을 그대로 우리나라 업체가 미얀마에서 재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미옥 주빌리 은행 사무국장은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자국의 금융 규제를 피해 한국으로 대거 들어와 고금리와 낮은 규제의 혜택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으면서, 이런 약탈적 대출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양산해 왔다”고 주장했다.
백 국장은 “이제 일본계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인수, 증권사 인수를 발판삼아 종합금융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신분 세탁을 진행 중인데, 미얀마로 진출한 우리나라 금융회사도 이런 일본계 대부업체를 롤모델로 삼아 규제가 약한 고금리의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내세워 향후 은행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게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5인 그룹핑` 맞보증…금융 연좌제도 서슴잖아

은행이나 카드사가 돈을 빌려주고 보증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땐 보증인을 세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보증인은 돈을 쓰지 않았더라도 대신 갚아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보증인이 여러 명일수록 회수율이 높고 손실률이 준다. 보증인은 일종의 인적 담보다.
파산제도에도 보증인 책임은 경감되지 않는다. 즉, 보증인 있는 금융소비자가 파산이나 회생을 통해 채무가 탕감되거나 감면되어도, 보증인의 보증채무가 탕감되거나 감면되지 않는다. 결국 보증인도 파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얀마 진출 금융기관들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출을 해줄 때, 마을에서 5명에서 최대 10명까지 연대 보증인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을 서준 다섯 명도 대출받은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5인 맞보증 시스템’이다. 현지에서는 불법이 아니다.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미얀마 사람들은 대부분 한 마을에서 평생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연대관계로 보증인을 세우면 서로 신용관리를 하는 이점이 있으며, 채무를 갚지 않고 무단으로 마을을 일탈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은행이 마을로 소액 대출을 하러 간다는 소식이 퍼지면, 서로 피해를 주지 않을 사람끼리 이미 그룹핑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식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현지 손실율이 1%미만이라고 말했다.

채무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미얀마에서 그룹핑 맞보증 조건으로 융자를 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의 강형국 국장은 “보증인을 5명씩 세우는 것은 심하다고 본다”며 “담보가 없어 회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신용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어 보증인을 두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채무자를 양산하는 대출조건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경제적 연좌제로서 ‘인간성을 파괴하는 조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의 송태경 사무처장은 “이런 형태의 금융은 경제적 연좌제를 통해 채권의 회수율을 높이려는 차원으로 이해된다”며 “연대보증인으로 대출자들을 엮는다면 빚 상환을 위해 전력투구하게 측면은 있으나, 본질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보증인 제도는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금융은 분명히 지탄받아야 하고, 극단적 영리 추구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폐단”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미얀마에 진출한 금융회사 관계자의 말처럼 상호 신용 ‘관리’가 아니라 상호 신용 ‘감시’가 된다는 것이다. 불신이 팽배해지고 연쇄도산으로 서로 반목하게 된다는 것.

마이크로 파이낸스 본연의 모습 잊지 말아야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현지 빈곤층의 농업, 주택, 교육, 사업 자금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금융기관은 현지에서 극빈자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면 봉사활동을 한다고도 강조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그 자체로 소액대출일 뿐 모두 사회적 가치가 있는 금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세사업자 사업자금, 빈곤층의 일자리 창출, 소작농에 대한 지원과 연계될 때 사회적 가치가 있는 금융으로 인정받는다.
반면 수익사업에 치중하게 되면 고리대금업에 다름 아니다. 그 폐해는 멀리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불법사채를 다루는 민생연대 송태경 사무처장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불법 사채업자들은 모두 마이크로 파이낸스다. 소액을 빌려주고 갚지 못하면 협박도 하고 공정증서에 수십배씩 부풀려 강제집행도 한다. 심지어 여성에겐 연체를 빌미로 성적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시민단체들은 마이크로 파인낸스 사업의 변질을 우려한다. 방글라데시아에서 시작된 그라민 은행은 빈민층에 위한 대안적 금융으로 실효성을 인정받으며 인도 전역에 퍼졌지만, 고리대금업으로 변해갔다. 연 100%가 넘는 이자율로 사람들이 고통을 받기 시작했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백미옥 국장은 “한국의 금융 회사들도 미얀마를 포함한 해외에서 뿌리내리려면 그들을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 파이낸스 본연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만 할 것”이라며 “마이크로파이낸스의 큰 틀은 윤리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적 투자 금융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들은 마이크로 파이낸스라는 포장만 빌려왔을 뿐 대부업체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송태경 처장은 “국내 금융기관이 미얀마에서 은행업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수익사업에 몰두하지 말고 경영컨설팅과 금융교육을 수반하여 무보증, 장기 저리의 소액대출을 하는 것이 그들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수익목적에 치중에 과다한 보증인을 세우는 것보다 사회적 가치에 중심을 둔 마이크로 파이낸스에 집중한다면, 국격을 상승시키고 미얀마 정부로부터 공신력을 얻어 은행업 진출에 승인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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