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논쟁] 해고, 압류, 구속…누가 일부러 10년을 버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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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논쟁] 해고, 압류, 구속…누가 일부러 10년을 버티나

다시 불거진 채무탕감 도덕 논쟁..경제 재기위해 지원까지 해줘야

양인정 기자  |  lawyang@econovill.com  |  승인 2017.06.07  07: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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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녀가 주빌리은행에 상담을 하러 왔다. 일요일 저녁 모녀가 살고 있는 집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대부업체가 신청한 재산명시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엄마를 구속해야 한다고 경찰은 말했다. 식당 일을 하는 엄마는 재산명시신청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낮 시간에 법원에 출석할 수도 없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엄마는 수갑을 찼다. 어린 딸을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경찰차에 같이 태웠다.

 

민사집행법에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재산을 밝히라는 신청에 대해 채무자가 법원에 출석해 재산의 보유상황을 말하지 않으면 최대 20일까지 구금될 수 있다.

유치장에 수감됐다 풀려난 엄마가 갚지 못한 돈은 12년 전에 연체된 빚 60만원. 이 돈은 이자에 이자가 붙어 200만원이 됐다. 당시 아이의 엄마는 이 빚 말고도 다른 빚이 많았다.

대한민국은 빚을 갚지 못하면 채무자를 구속시키는 나라다. 카드대금이나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에 압류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사원의 급여가 압류되면 여러 가지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 회사에 소문이 나서 채무자는 스스로 그만두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신용정보상 연체자로 등재도 된다. 새로운 직장에 입사하더라도 곧 급여는 압류된다. 회사의 돈을 만지는 일은 신용정보기록을 조회한다. 연체자는 정규직 직장은 물론 비정규직도 다니기 어렵다.

때론 집 살림살이에 딱지가 붙기도 한다. 유체동산압류다. 집에 사춘기 자녀들이라도 있으면 가장은 채무보다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더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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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할 수 있는 일은 단기 아르바이트다. 통장도 맘대로 사용할 수 없다. 최소한의 금융거래는 타인의 통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수입은 일정치 않고 생활고는 더욱 심해진다.

 

“누구는 갚고 누구는 탕감해 주느냐”

 

문재인 대통령의 채무 탕감정책에 대해 말들이 많다. 주로 형평성과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에 관한 문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행복기금 보유 중인 10년 이상, 1000만원이하 장기, 소액 채권에 대해 전액 탕감하겠다고 약속 한 바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관리하는 채무자 중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를 가지고 있는 자들은 123만 3000명(4조 4900억원)이다.

형평성 논란의 내용은 “누구는 갚고 누구는 탕감해 주느냐”이다. 앞서 문 대통령의 정책은 갚을 수 있는 사람은 갚고 갚을 없는 사람의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형평성 논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과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을 같게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기인한다.

오늘날 형평성 이론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가계부채 정책에서 이 이론은 유효하지 않는 것일까?

시민단체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빚을 지면 경제생활이 불가능한 구조에서)빚을 못 갚게 만들어놓고 못 갚는다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하는 디테일한 정책적 조치가 동반되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런 장기연체자들이 자살하는 예가 많다”며“오히려 채무자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하는 것이 크게 보았을 때 사회적인 비용이 부채 비용보다 더 많이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부채 탕감, 일부러 갚지 않고 버틴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주장들이 적지 않다. 정부가 전면적으로 채무를 탕감하면, 채무자가 이를 기대하고 갚을 수 있으면서 일부러 버틴다는 얘기다.

앞서 어느 모녀의 이야기와 연체의 일반적인 과정에서 보듯이 채무를 지고 산다는 것은 한마디로 고된 일이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런 고달픈 삶을 참고 살면서 언젠가 정부가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바라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는“ 만약 900만원이 수중에 있는데 10년 이상 안 갚고 압류와 비정규직과 때론 구속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도망다닐 사람은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윤 교수는 “소액 장기 채무을 상환하게 하는 요인으로는 크게 능력과 인센티브(유인)를 꼽을 수 있는데 이것은 경우에 따라 적용이 다르다”라고 전제한 뒤, “실제로 900만원이 수중에 있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갚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이것은 도망 다니는 데서 오는 고통과 비용이 900만원을 숨기고 갚지 않는데서 오는 이득을 초과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상환 못하는 사람들 모두가 도덕적 해이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식은 공정하지 않다고 그는 비판했다. 그는 “이들 나름대로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실제로 기득권층은 (갚을 돈이 있으므로) 도덕적 해이가 핵심 이슈가 될지 모르나 능력이 없는 경우는 도덕적 해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어렵다“며”의지와 인센티브만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일자리 구해서 빚을 갚을 수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또 다른 부채탕감을 기대하면서 빈둥거릴 것이라는 주장은 우리가 스스로를 너무 비참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금융소비자연맹의 강 국장은 IMF 당시 타인의 보증인으로 채무를 떠안게 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거론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출금을 사용하지도 않고 오로지 책임만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채무탕감+⍺

 

정부가 제시한 채무탕감 정책은 사실 아주 미미한 효과가 있을 뿐이다. 부채의 내용이 장기 소액 채권이라는 점에서 진행형인 가계부채문제와 별개다. 핵심은 탕감대상자들의 경제적 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보다 과감한 해결책을 요구하기도 한다. 채무탕감과 더불어 신용정보의 연체 기록을 모두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여신거래를 가능케 해서 경제적 소비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무작정 돈만 빌려준 지난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자리 찾아주기와 더불어 채무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정부가 채무를 탕감하면서 이들이 경제적 재기를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조치가 더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문 보기: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16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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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4T14:16:07+00:00 2017.06.09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