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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뉴스.언론보도.[경향신문] ‘부실채권 소각’ 주빌리은행 제윤경 이사 인터뷰 “빚의 노예 된 서민들에게 재기의 빛을 줘야”

[경향신문] ‘부실채권 소각’ 주빌리은행 제윤경 이사 인터뷰 “빚의 노예 된 서민들에게 재기의 빛을 줘야”

‘부실채권 소각’ 주빌리은행 제윤경 이사 인터뷰 “빚의 노예 된 서민들에게 재기의 빛을 줘야” 

“어려운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면 안된다.”

‘어려운 사람이 급한 돈을 빌릴 기회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소 ‘야멸찬’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 3일 만난 제윤경 주빌리은행 상임이사(44)는 대신 ‘빚을 못 갚을 권리’를 주장했다. 못 갚을 줄 뻔히 알면서 은행이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약탈’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10년 넘게 독촉할 수 있는 빚문서를 사들여서 없애버리겠다는 주빌리은행의 발상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주빌리은행이 출범한 뒤로 이곳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제윤경 주빌리은행 상임이사가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주빌리은행의 운영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 출범 소식이 나간 뒤 반응이 어떤가.

“문의전화가 엄청나게 온다. 채무자들은 세상과 단절한 채 자책하고 숨어 사는 사람이 많다. 이제는 채무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겠다.”

– 채무자가 자신의 채권을 사달라고 먼저 요청할 수는 없다고 들었다.

“먼저 채무자와 상담해보고 잘 갚아나가는 사람은 원금 탕감 대상에서 걸러질 것이다. 주빌리은행은 (너무 어려워) 갚을 방법이 없는 분들이 대상이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확보한 채권에 포함이 안된 분들은 각 지방자치단체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연결해 드린다.”

– 사들이는 부실채권 선정은 어떻게.

“대략 연체기간이 10년 전후인 소액채권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러시앤캐시 같은 대부업체는 기부도 거부하고 팔지도 않겠다고 했다.”

– 올해 채권 매입 계획과 재원은.

“최근 한 대부업체에서 부실 연체채권을 기부받아 37억원을 소각했다. 채무자가 2000명 가까이 된다. 새마을금고가 갖고 있는 부실채권 100억원어치를 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채권에도 채무자가 몇천명 걸려 있다. 당장은 기부받아야 한다. 이 채권을 사려면 3억5000만원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기부금이 1억5000만원 모였다.”

제 이사는 지난해 4월부터 채권소각운동인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해 9월 경기 성남시가 운동에 동참했다. 그렇게 지난 1월까지 채무자 792명의 빚 51억3400만원을 소각했다. 올해 한 토론회에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만난 것이 은행 설립으로 이어졌다. 제 이사의 주빌리 운동을 접한 유 교수가 며칠 뒤 “같이하자”며 연락해 와 의기투합했다.

주빌리은행을 만든 이유를 물으니 “기부에만 의존하니 채권을 많이 확보하기 어려웠다. 추심업체들은 200만원짜리 채권을 2000원에 사서 1600만원을 받아낸다. 우리도 잘만 하면 모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채무자가 채무자를 구제하는 모델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주빌리은행은 부실채권을 원금의 3~5% 가격에 구입해 채무자가 원금의 7%만 갚으면 채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 장기연체 대출채권(NPL) 시장의 문제는 뭔가.

“채권이 죽지 않고 계속 거래되면서 채무자는 평생 ‘노예’가 된다. 채권 소멸시효도 너무 쉽게 살아난다. 이명박 정부 이후 파산·면책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NPL 시장이 급성장했다. 심지어 NPL이 재테크로 각광받고 있는 현실이다.”

– 금융당국이 나서야 할 부분은.

“추심이 가능한 사람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채권추심을 아무나 할 수 있게 요건을 너무 쉽게 해놨다. 추심업체를 차리는 데 투자금도 별로 안 들고 인건비도 실적에 따라 주는 방식이어서 너도나도 NPL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소멸시효(5년)가 지난 채권은 금융회사들이 매각할 수 없도록 아예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은행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의무 시행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은행이 채권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손쉬운 장사를 하고 있다. 외국은 연 6회 이상 채무연장을 의무화하는 곳도 있다.”

– 신용회복위원회나 국민행복기금도 주빌리은행이 하려는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어떻게 다른가.

“거기는 채권자 중심이다. 행복기금은 원금을 50%까지 받아낸다. 채권회수 프로그램이다. 신용정보회사에 추심을 위탁하니 추심업체와 다를 게 없어 채무조정을 중도에 포기하는 비율이 높다(국민행복기금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1억원 이하, 6개월 이상 장기연체 채무를 매입해 원금의 30~50%까지 감면해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제 이사는 최근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라는 책을 냈다. 2007년부터 금융·가계경제 교육을 하는 사회적기업 ‘에듀머니’를 운영하면서 느낀 ‘약탈적 금융’의 문제를 집약한 책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그가 이끄는 소비자운동 단체 ‘희망살림’이 주도한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 최근 낸 책에서 ‘빚 못 갚을 권리’를 말했다.

“예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경제학 교수님이 ‘모럴해저드’를 얘기하길래 ‘목숨 걸고 빚을 갚아야 도덕적인 것이냐’고 반박했다. 빌려준 사람의 책임도 있는데 왜 다들 은행의 영업을 대신해주지 못해 안달인가. 은행이 망하면 큰일난다는 생각도 이데올로기다.”

–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을 요약하면 ‘빚을 잘 갚도록 금리를 내려주고 급전도 빌릴 수 있게 해주고 일자리도 구해줘서 재활을 돕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나.

“정부는 서민금융을 해서는 안된다. 대신 복지를 해야 한다. 못 갚는데 왜 돈을 빌리나. 그냥 달라고 해야 한다. ‘대출 문턱을 낮추라’거나 ‘금융소외’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 정부의 서민금융은 양날의 칼이다. 서민금융을 유지하려면 상환능력이 되는 사람에게 빌려줘야 하지만 정작 그 대상은 상환능력이 없는 이들이다. 실적을 내려고 아무에게나 빌려주면 연체율이 급증하고 연체율을 잡으려고 하면 실적이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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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T02:06:52+00:00 2015.09.06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