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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75]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이사

“‘깡패’ 된 채권자, 원래 채무자에 애걸복걸해야” – 오마이뉴스

2012년, 많은 사람을 ‘빚의 노예’로 전락시킨 한국 사회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약탈적 금융사회>를 펴낸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이사가 이번엔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8월 21일 출간)를 들고 나왔다.

‘왜 빌린 자의 의무만 있고 빌려준 자의 책임은 없는가’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이 짊어지고 있는 채무 문제를 채무자 입장에서 함께 풀어간다. 책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에듀머니 사무실에서 저자인 제윤경 대표이사를 만났다.

다음은 제 대표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부실채권 헐값매매는 약탈적·과잉 대출의 결과”
“크게 반응이 있는 건 아닙니다(웃음). 이전에도 빚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온 터라 (독자들이) 싫증이 날 수도 있어요. 가계부채가 심각한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주빌리 은행 출범 관련 내용이라 처음 우려한 것보다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요.”

– 주빌리 은행에 관해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부탁드려요.
“우리나라 채권 시장을 들여다보면, 연체한 채무자의 채권이 2차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금융사들이 100만 원짜리 채권을 5~10%의 금액에 대부업체들에게 파는 거죠. 대부업체는 채무자에게 100만 원과 연체이자, 법정비용까지 전부 청구할 수 있죠. 그러나 저희 주빌리 은행은 채권을 매입해서 추심하는 게 아니라 면책해주거나 채무자 형편에 따라 갚을 수 있게 채무자 보호 운동을 합니다.”

– 금융사는 왜 채권을 판매하나요?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실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연체율이 높아지고 재무건전성이 나빠지죠. 그래서 정부는 금융사가 부실채권을 일정 분량 이상 갖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대출해줄 때 상환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 빌려주라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도 금융사가 막 빌려주잖아요. 부실채권이 되면 정부 가이드라인을 못 맞추니까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채권을 팔아치우는 거죠. 부실채권의 헐값매매는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막 빌려주는 약탈적·과잉 대출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 그럴 거면 차라리 채무자에게 일정액만 상환하라고 하는 게 낫지 않나요?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죠. 그러나 금융사는 만약 그렇게 하면 채무자가 채무 상환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상환 능력을 잘 보고 빌려줬으면 그런 문제가 안 생기는데 막 빌려줘서 채무자가 상환능력이 안 된다는 걸 아는 거예요.

채무자들은 상환하기 어려우면 빚 깎아달라고 하기보다 또 다른 빚을 내서 억지로 갚잖아요. 그걸 안 할까 봐 그런 거예요. 그렇게 억지로 갚는다는 건 빚이 악성화된다는 얘기죠. 어떤 측면에서 금융사는 일단 빚을 회수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빚이 악성화돼도 갚으려는 채무자가 많길 바라는 거예요.”

“가혹한 추심환경 얘기하고 싶었다”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은 채권이 2차 시장에서 발생하고, 가혹하게 이뤄지는 채권추심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는 일자리가 불안정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추심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추심회사가 추심원을 고용할 때 고용 형태로 안 하고 인센티브 방식으로 모으거든요. 그래서 해당 직종에 종사하기 쉽고, 보험 설계사 조직같이 운영하다 보니 해당 직종에 종사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는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요? 6개월을 생각했지만 2년 걸렸다던데…

“출간까지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어요. 3년 전에 <약탈적 금융사회>를 냈고 이 책은 후속이거든요. 하지만 사례도 쌓이고 이래저래 출간일정을 미루다 보니 얼마 전에 나오게 됐어요.

추심원은 채무자가 빚을 안 갚으려고 하고 뻔뻔하다는 인식을 많이 갖고 있어요. 제가 어제도 추심원을 만났는데 채무자들이 무섭다고 해요. 그런데 (그건) 한 단면만 보는 거예요. 물론 채무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면) 무서워지기도 해요. 왜냐하면, 한 10년간 (빚 독촉 때문에) 괴롭힘을 당해보세요. 그 추심원은 그 지점에 채무자를 만났으니까 너무 못됐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채무자는 한 추심원에게만 하루 이틀 당한 게 아닌 거예요. 저는 이런 사실을 토대로 우리나라 채무자들이 가혹한 추심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 채무자들을 많이 만나 보셨을 것 같아요. 어떤 느낌을 주로 받나요?
“채무자들에게선 공통적으로 극단의 절망이 느껴져요. 그리고 (채무자에겐) 하루하루가 지옥이에요. 아침에 눈 떠서 잠들 때까지 모든 게 겁나는 거죠. 누군가 불쑥 찾아오거나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는 것, 우편함 보는 것도 두렵고… 지인들에게 자신의 연체 사실이 알려질까 봐 온갖 두려움과 고통 속에 사는 거죠.

추심원들은 자기들이 매일 찾아가지 않았다고 할지 몰라요. 근데 채무자 입장에서는 (추심원이) 언제 올지 모르는 거예요. 법원 출두나 강제집행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큰 두려움 아닌가요? 이런 일상의 공포에 내몰려 살다 보니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죠. 급기야 일수까지 빌려서 쓰신 분들에겐 추심원이 매일 오죠. 하루라도 일수를 못 갚으면 그 자리에서 험악한 얘기를 들어요.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란 얘기를 많이 합니다.”

– 제목이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잖아요. ‘빚 못 갚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이해가 잘 안 갑니다.
“빚은 갚아야 하지만 ‘형편에 따른다’는 단서가 붙죠. 못 갚을 상황에도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는 건 아니란 거죠. 인권을 침해해도 된다는 게 잘못됐다는 것이고. 못 갚는 상황이 되었을 때도 그 사람(채무자)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걸 우회적으로 얘기하고 싶었어요. 물론 약간의 개념 충돌은 있죠. 그게 아이러니한 상황을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못 갚는 상황에서도 권리를 침해받고 채무 상환을 강요받는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이 책 제목에 반영됐어요.”

– 부제로 ‘왜 빌린 자의 의무만 있고 빌려준 자의 책임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던데요. 빌려준 자의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신중하게 잘 빌려줬어야 한다는 거죠. 채무자도 분명히 고객이잖아요. 채무자가 못 갚을 상황이라면 채무자를 위해 기다려주든지 채무자 상황에 맞춰서 채권 채무 계약을 다시 써주는 등의 서비스를 하라는 거죠. 사실 채권자는 많은 권한을 갖고 있어요. 채무자의 재산 내역도 다 파악할 수 있고, 재산을 압류할 권한도 갖고 있습니다. 채무자는 일부러 안 갚을 수는 없어요. 물론 재산을 도피시키면 방법이 없지만 그럴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대부분 서민은 그럴 능력이 없죠.

채권자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서민은 탈탈 털어서 (채무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못 갚았다는 건 채권자가 다 뒤졌는데도 (돈이) 없는 사람이이라는 거예요. 그럼 진짜 형편이 안 되는 거죠. 그땐 채권자가 뭘 해야 하느냐면 당연히 그동안 이 사람들로 인해 돈을 벌어왔으니 이들이 재기하는 데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채무자들이) 재기하고 성공해서 (빚을) 갚겠죠. 그런데 채권자는 엄청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면서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요. 저는 채권자의 책임이 사회적으로 전혀 강조되지 않는 이런 것들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 책에 추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추심원들이 채무자 직장에 가서 빚 독촉을 하거나 택시 기사가 채무를 졌을 경우 번호판도 떼어간다는데요. 그렇게 해서 수입이 끊기면 돈을 못 받을 텐데 이러는 이유는 뭘까요?
“돈을 벌어 갚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지인에게 빌려서라도 갚으라는 거죠. 돈 안 갚으면 굶을 줄 알라는 협박이죠. 채권 추심원들은 채무자를 협박하는 게 일상이 되었어요. 협박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는 거죠. 협박이 불가능한 구조라면 당연히 기다려야 하는데, 사회문화가 그렇게 형성되지 않은 거예요.

채권자는 ‘내가 기다려주면 나만 바보 된다, 분명히 내 돈 떼먹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채무자는 나름대로 고통에 내몰려 있는 거죠. 돈 빌려줄 땐 천사처럼 굴다가 빌려주면 못 돌려받을까 봐 깡패가 되는 거죠.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사회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채권자는 협박하는 방식이 불가능하니 기다려주고 조금 더 빚을 갚으라고 빌려준 사람이 애걸복걸해야죠. ‘앉아서 빌려주고 무릎을 꿇고 받는다’고 하는데, 금융사와 채무자의 관계는 특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금융사는 힘과 권한이 많고 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개인 간의 관계에서 그러라는 게 아니고, 금융사는 채무자에게 서비스해야죠. 어마어마한 돈을 벌잖아요.”

– 케이블 TV 방송은 상당수가 대부업 광고인 걸 보면 ‘빚 권하는 사회’가 맞는 것 같아요. 이런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금융사 입장에서는 저소득층에게 돈을 빌려주면 단기수익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금융위기를 맞죠. 금융 시스템 자체가 장기적인 금융사 재무건전성엔 관심이 없어요. 주주들에게 배당과 수익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저소득층에게 돈 빌려줘서 매달 꼬박꼬박 이자를 갚게 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매우 좋은 거예요. 그래서 금융사는 틈만 나면 대출을 해주죠.

미국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전에 금융사들이 엄청나게 로비를 했습니다. 그래서 서민과 중산층 대출을 늘렸어요. 지금 우리나라도 똑같아요. 이렇게 빚이 늘면 금융위기가 오지만 (정부가) 세금으로 살려주기 때문에 금융업계는 걱정을 안 해요. 금융사가 열심히 로비하니 정부는 금융사 편이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냐면 채권단과 금융감독 당국의 모럴해저드, 즉 도덕적 해이가 문제입니다. 돈만 많이 벌면 되고 망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채무자 인권도 마찬가지죠. 이런 엄청난 도덕적 해이는 나라 경제를 잡아먹을 나쁜 짓이죠.”

“채무자를 나무라는 문화에서 채권자를 감시하는 쪽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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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이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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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후반으로 기억하는데, 카드로 결제해야 사회가 투명해진다며 카드 사용을 권장했어요. 그러나 대표님은 카드도 빚이라고 했어요.
“신용카드를 써야 사회가 투명해진다는 건 핑계였죠. 예를 들어 소득원 노출을 쉽게 하고 싶었다면 체크카드나 국세청 카드 쓰면 되는데 왜 굳이 신용카드만 강조했느냐는 것이죠. 신용카드가 소비를 확 늘리는 건 사실이에요. 그러면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권력을 단기적으로 경기가 확 팽창하니까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서 모든 수치가 좋아 보이죠. 거품이 형성되는 거예요.

신용카드는 빚이에요. 그것 때문에 결국은 저소득층이 신용카드로 시작해서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사채까지 간 거죠. 신용카드사만 돈 벌게 해준 거예요. 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 쓰면 2~3%씩 수수료를 떼요. 채산성은 더 떨어지고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카드사에 가져다 바치는 거죠. 플라스틱 한 장에 엄청난 비용을 지급하고 있었던 거예요.”

– 2000년대 초반 카드대란도 이 문제와 연관 있나요?
“그럼요. 이건 지금의 새누리당 문제가 아니고 이전 민주당도 눈에 보이는 성장률 지표를 부풀리는 팽창을 했던 게 사실이에요. 저는 가장 불쌍한 게 참여정부라고 생각해요. 거품이 형성되어 그 설거지를 참여정부가 다 했고 당시 채무자 관련 각종 보호 조치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걸 MB가 다 없애버렸죠. 그게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독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제 우리가 채무자를 나무라지 말고 채권자를 감시해야 한다는 거예요. 또한 돈을 못 갚은 상황에서도 채무자는 여전히 고객이라는 걸 기억해야 해요. 독자분들이 더 많은 주장과 문제 제기에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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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T08:55:18+00:00 2015.10.14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