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어려운 ‘불법추심의 덫’… 관련 범죄 3년 새 2.5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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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어려운 ‘불법추심의 덫’… 관련 범죄 3년 새 2.5배 증가

최현빈2025. 9. 21. 14:01

금융당국 접수하는 피해 신고도 60% 뛰어
“고립감 느끼지 않도록 상담 창구 늘려야”


최고 6만%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로 피해자 103명으로부터 18억 원을 뜯어낸 불법 사채업자 조직이 사용했던 휴대폰들. 서울경찰청 제공

“니 엄마 아빠, 지인 전부 범죄자로 만들어서 사진 올려줄게.”

부산에 사는 40대 남성 이모씨는 생활비로 80만 원을 빌렸다가 불법 추심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원금보다 많은 90만 원을 이미 상환했으니, 이자는 더 입금하지 않겠다”고 전했다가 온갖 협박을 받았다. 텔레그램 너머 대부업자는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그의 얼굴 사진을 ‘박제(인터넷에 얼굴 사진을 올리고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행위)’했다. 이씨 부모에게 전화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신고하겠다고 얘기하자, 업자는 “너처럼 말한 XX들만 몇백 명이다. 잡힐 거였으면 진작 잡혔다”고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22일은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협박을 당하다 여섯 살 딸을 두고 숨진 30대 싱글맘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그사이 법이 개정되고 여러 대책도 쏟아졌지만 불법 사금융 범죄는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21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부업법·채권추심업법 위반 사건은 모두 2,735건으로 3년 전인 2021년(1,057건)에 비해 2.58배 늘었다. 올해 6월까지도 2,588건이 검거돼 이미 지난해의 90%를 넘어섰다. 2022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불법사금융 범죄 특별 단속 중인 경찰 검거 피의자만 7,207명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피해신고센터의 접수 건수도 증가 추세다. 올해 1~7월 9,4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882건)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 9,238건 △2022년 1만350건 △2023년 1만2,884건 △2024년 1만4,786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추심과 그에 따른 협박 공포로 신고를 꺼리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롤링주빌리 등 시민단체 연합인 금융소비자연대회의와 참여연대가 올해 3~5월 불법사금융·불법추심 상담신고센터(불불센터)를 운영한 결과, 심층 상담을 진행한 90명 중 경찰 등에 신고를 접수한 피해자는 7명에 불과했다. 공공기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내담자는 1명뿐이었다.

김미선 롤링주빌리 본부장은 “사채업자들이 욕설을 퍼붓거나 신고해봤자 소용 없다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식으로 포기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이 문제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막막함이나 고립됐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상담 창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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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v.daum.net/v/20250921140112404

2025-10-23T11:09:13+09:00 2025.10.23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