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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왜빚] 6화. “삶은 동화가 아니네요”

당장 굶고 있으니까 다른 고민할 여유가 없었죠. │

 

* 서울에 사는 30대 디자이너의 이야기입니다.

*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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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미국에서 대학원을 나왔어요. 유학을 다녀오니 나이가 많아졌는데 그래서 그런지 취업이 잘 안됐어요. 외국에서는 대학원을 3년 다녔으면 1년은 경력으로 인정해주는데 한국에서는 학력을 경력으로 쳐주지 않더라고요. 면접을 몇 번 봤는데 나이때문인지 여자라서 그런지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많아요. 집단 면접 때 저만 건너뛰고 질문을 한다던가, ‘대학원에서 뭘 배웠냐’ 무시하듯이 물어보고, ‘남자친구 있냐, 왜 결혼 안 했냐’ 물어보고. 열심히 준비해서 면접보러 갔는데 이런 이야기 들으면 기가 차죠. 결국 한 군데 취직을 했는데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외의 일을 너무 많이 시키더라고요. 월급은 그렇게 높지 않으면서 비서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해야했어요. 그래서 도저히 참다못해서 관둔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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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우연히 알게 된 사진작가가 창업멤버로 같이 일해보자고해서 반년 정도 일했어요. 따로 근로계약서를 안 썼는데, 몇 달간 월급을 못 받았고 알고 보니 저를 이용했던 거에요. 항상 그런 식으로 사람을 부리면서 살아온 사람이더라고요. 결국 밀린 임금도 받을 수 없었어요. 사실 외국 디자인 분야에서 그런 일이 많았거든요. 디자이너는 사진작가의 기술을 빌리고, 사진작가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빌리고. 그래서 한국도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물정을 몰랐던 거죠.

 

그렇게 몇 달 동안 수입이 없는 와중에 대출을 받았어요. 처음엔 대출할 생각이 없었는데 카드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카드사에서 ‘이건 대출이고 신용도가 깎일 겁니다’가 아니라 저한테 특별한 서비스를 해주는 것처럼 ‘고객님이 카드를 잘 쓰고 계셔서 이만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안 쓰실 건가요?’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그렇게 쓰다가 돈이 궁해지면 어떻게 아는지 전화가 오고 항상 한도도 딱 적당하게 나와요. 당장 내가 굶고 있으니까 다른 고민할 여유가 없었죠. 그 때부터 빚쟁이가 된 거에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신용등급도 깎였고, 대환대출로 못 넘어가도록 금리를 19.9%로 해놓은 거 있죠? 대환대출은 금리 20%부터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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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로 금리를 설정해놓은 대출상품.

 

처음에 현금서비스 500만원 받고, 두세달 일하면 금방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월급은 안 나오고, 창업자는 놀러 다니고… 돈 버는 머리는 학력이랑 상관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렇잖아요, 교수님도 보이스피싱 당하고. 이런 경험하고 나니까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데서 돈 빌리지 말아야겠다 결심했죠. 전 그동안 삶을 나긋나긋한 동화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동화가 아니에요.

 

남들이 볼 때 ‘일용직이라도 하면 되지’ 할 수 있지만 그럴 힘 자체가 없는 거에요. 이 삶을 끝내는 게 차라리 쉬운 거죠. 삶이 고달픈 사람들은 일하고 자고, 일하고 자야 되니까 새로운 길을 찾아볼 시간이 없는 거에요. 집에 들어와서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뭘 해야할까? 뭘 공부할까?’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어요. 에너지는 여유가 있어야 생기는 것 같아요. 사실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우울할 시간도 없어야 되는데, 사람은 로봇이 아니잖아요.

 

어렸을 땐 몰랐는데, 연말에 아스팔트 갈아엎고 나무 바꾸는 게 예산 쓰기 위한 거라면서요? 차라리 그런 돈 모아서 어려운 사람들 빚을 좀 갚아주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정부는 대출 받기 쉽게 해서 국민을 빚쟁이로, 빚으로 빚 갚게 만들어 놓았잖아요. 그래놓고 이제 와서 다시 대출 어렵게 하면 다같이 나락으로 떨어지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정부가 뭘 하는지 모르면서 일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최근에 누가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고 그래서 기사났잖아요. 그거 보고 기가 차서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너나 파이팅 해라’ 이런 생각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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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대출받으러 가면 은행원 콧대가 굉장히 높아요. 근데 제가 은행 돈을 공짜로 빼앗아 가는 것도 아니고,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줄 건데 왜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대출받기 전과 대출받은 후 자세가 달라요. 대출 영업할 때는 자기들 실적 올려야하니까 서로 오라고 붙잡고 친절하게 설명해줘요. 근데 서류작업 끝나고 나중에 저한테 연락해주겠다고 해놓고 연락이 안 와서 전화했더니 ‘전화했는데 안 받으셨잖아요’ 라며 불친절하게 대하더라고요. 볼 일 다 봤다는 식으로.

 

앞으로 디자인만 생각하고 다른 건 신경쓰지 않고 살고 싶어요. 월세, 공과금 같은 거 신경쓰느라 디자인 못하면 재능 낭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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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T08:55:12+00:00 2016.12.19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