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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왜빚] 4화. “나,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미래가 저당 잡혔습니다 │

 

한국장학재단은 대출을 권하며 “당신의 꿈은 반드시 이뤄집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빚 지는 학생 채무자는 “빚 때문에 미래가 저당 잡힌다”고 호소합니다. 학부를 마치고 또 대학원 공부를 선택한 학생 채무자들은 배움에 대한 설렘 보다 또 빚을 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더 크게 느낍니다. ‘공부할수록 더 가난’해지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한 학생 채무자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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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올해 대학교를 졸업했고 지금은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온전히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고요. 빚은 학부 학자금 대출이 약 1,800만 원이 있습니다. 나이는 26살입니다.

 

Q. 학자금 대출을 받으실 때 어떠셨나요.

A. 슬펐습니다. 부모님의 경제상황이 넉넉지 않은데도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제 빚이 생기고 늘어나는 것에 대해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죄책감이 듭니다.

 

Q. 학자금을 부모님께서 갚아주실 거라서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건가요?

A. 부모님께서 자식 교육에 대한 비용은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학자금 대출을 받으니까 부모님께서는 경제적으로 저의 학비를 지원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셔서 저한테 미안해하세요. 어쨌든 저는 빚을 졌고, 지고 있고 또 빚을 졌었다는 것이 기록에 남게 된다는 것도 미안하게 생각하시고요.

학자금은 제가 갚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모님께서 저에게 미안해하시는 게 죄송스러워요. 만약, 제가 대학원을 안가고 취직해서 수입이 생겨 제 학자금을 지금 당장 갚기 시작하면 부모님께서 그런 생각을 안 하셔도 되니까요. 또 빚을 빨리 갚으려면 적게 쓰고 많이 갚아야하니까 주거비와 생활비를 아껴야 하는데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게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잖아요. 나중에 취직해서도 부모님이랑 살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씁쓸하고 부모님께 죄송하죠.

 

Q. 당시 상환 계획이 어땠나요?

A.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빚도 아니고 학자금이잖아요. 공부하려면 어쩔 수 없이 져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자까지 생각하니 빚이 너무나 크게 느껴집니다. 일반학자금 대출은 매달 만원씩 내고 있고요. 취업 후 상환대출은 아직 상환 못 하고 있습니다.

 

Q. 일상에서 본인이 빚진 자’, ‘채무자라는 것을 새삼 실감할 때는 언제인가요?

A. 친구들이랑 독립, 결혼, 여행, 취미 등 미래 준비나 목돈이 필요할 때를 얘기하다보면 제가 채무자인 것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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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빚으로 인해 자존감 등 심리적인 부분에 변화가 있나요?

A. 빚 질 수밖에 없는 경제상황에 대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존감을 도둑맞았습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께 의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 존재가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 같고요.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불안감, 자존감 하락, 스트레스를 복합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Q.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본인에게 빚은 무엇입니까?

A. 저에게 빚은 ‘부담감’이에요. 제 미래에 대해 생각 할 때 빚의 존재가 항상 같이 떠오르면서 답답해집니다. 안정적인 소득을 언제 벌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라서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큽니다.

 

Q. 본인의 5년 이내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A. 지금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고 학위과정을 다 마치면 29살, 30살이 됩니다. 그때부터 바로 원하는 분야에서 일한다고 해도, 분야 특성상 박봉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 초년생인 것을 감안해 매달 최대 100만원씩을 갚는다고 해도 대학원 학비 포함 최소 2,800만 원에서 최대 4,000만 원까지의 빚을 갚으려면 약 3년~4년 정도를 꼬박 빚을 갚아야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 그래도 낫겠지만 혼자 독립해서 살면 매달 100만원의 상환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빚을 언제쯤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취미생활을 위한 투자는 둘째 치고 여유자금을 마련하거나 저축을 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네요. 30대 중반까지는 그래야 한다는 게 슬픕니다.

빚을 지면서 미래를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20대 초반의 빚 때문에 근 10년 이내의 미래가 저당 잡혔습니다.

 

Q. 채무당사자로서 이 사회에서 채무자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A. 청년 채무자로서 ‘나 자유롭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채무자는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 인 것 같습니다. 빚 때문에 미래가 발목 잡히는 느낌이 들 때 ‘빚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라는 말에 많이 공감합니다. 우리 사회가 안전망이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실패해도 죽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사회요.

 

* 위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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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T08:55:12+09:00 2016.12.16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