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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왜빚] 1화. 통신비 연체가 가벼워 보이나요?

통신비 연체와 상환을 반복하고 있는 어느 20대의 이야기 │

 

*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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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프리랜서 작곡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지만 지원은 거의 못 받고 있어요. 저희 집 형편이 넉넉한 편도 아니고… 요즘 일이 없어서 소득이 별로 없는데 작곡 일을 하려면 계속 사람을 만나고 이동해야 해서 핸드폰을 써야 해요. 수익이 없다고 일을 안 하는 건 아니거든요. 문제는 일을 하고 돈이 늦게 들어오는 거죠. 그동안 통신비를 못 내면 연체 되는 거고요.

 

처음 통신비 연체했을 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와이파이존에서 카톡이 되니까 로밍 안하고 여행 온 기분이었어요. 문제는 전화를 걸 때죠. 발신 금지가 걸려서 원래 통화하고 싶으면 카톡으로 전화 좀 해달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수신까지 끊겨서 진짜 곤욕이었어요. 두 달 전에 수신이 끊겼거든요. 이건 진짜 힘들어요. 전화로 대화를 해야 일을 할 수 있는데 수신도 안되니까 진짜 답이 없더라고요.

 

핸드폰비가 얼마냐고요? 이번 달에 11만 6천원 나왔어요. 기본 통신비에다가 기계값, 소액결제까지 해서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수입이 불규칙하다 보니까 현금이 없을 때 휴대폰 소액결제를 사용해요. 소액결제 하면 돈을 나중에 통신비랑 같이 내거든요. 지금은 통신비 연체가 풀린 상태에요. 청년수당 받자마자 제일 먼저 그것부터 냈어요. 근데 다음 달이 걱정이죠. 지금 또 수입이 없으니까. 그래도 부모님이랑 같이 사니까 집값 안 내는 게 어딘가 싶어요.

 

통신비 연체가 가벼워 보일 수 있는데 전 되게 무거운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많이 나와봤자 10만 얼마 아니냐 생각할 수 있죠. 근데 따로 수익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그것도 되게 버겁거든요. 2, 3만원 연체됐을 때도 있는데 그것도 내기가 참 힘들 때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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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가 써놓고 못 내는 거니까 할 말은 없죠. 근데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돈을 벌어서 통신비를 내려면 핸드폰을 써야한다고요. 그러면 그렇게 할 수 있게 풀어주는 게 맞지 않아요? 한 달 연체되고 열흘이면 바로 수신도 끊겨요.

 

작곡 말고 다른 일 해서 하루 일당 벌 수 있지 않냐고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저도 그렇게 갚은 적 있어요. 근데 경험을 해보니까요, 그런 말은 큰 의미가 없어요. 없는 돈을 갚으라고 압박받는 상황에서 차근차근 돈 벌 방법을 생각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차분히 생각할 겨를이 없어져요. 주어진 상황 안에서만 수익을 만들려고 발버둥 칠뿐이에요. 그리고 제 직업 특성상 당장은 소득이 없더라도 일은 계속 하고 있으니까, 버티는 게 중요한 거죠. 저는 항상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잘 안 되니까… 결과만 보고 뭐라고 하는 게 참 씁쓸한 거죠.

 

저 말고도 어려운 사람들도 많겠죠. 근데 솔직히 크게 신경 안 써요. 거기에 신경 쓸 만한 여유가 없거든요. 그래도 어려운 사람들 많다는 거 알고는 있어요. 주변 사람들하고 얘기하다보면 다들 멀쩡한 거 같은데 멀쩡하지 않더라고요. 우린 지금 다들 멀쩡한 척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지금 인터뷰를 하는 두 분, 그리고 저도, 밖에 있는 수많은 사람도. 멀쩡하지 않은데 멀쩡한 척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정말 소수를 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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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은 풀리긴 풀릴 거에요. 히말라야에 갔다가 죽을 뻔한 적이 있거든요. 거기서 살아 돌아와보니까 죽으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힘들어서 극한까지 갔을 때 풀리는 경우를 많이 겪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악순환을 끊고 싶어요. 레이싱 게임할 때 부스터 쓰잖아요. 부스터가 다 떨어질 때 쯤 또 아이템이 나와서 그걸로 간신히 앞으로 가는 상황이거든요. 이제 부스터 걱정, 돈 걱정 안 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싶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유지할까 고민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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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T08:55:12+09:00 2016.12.15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