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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왜빚] 9화. 생기고 또 생기고. 빚이 끊이지 않아

절망적이었지. 예금보다 대출 금액이 더 크니까 │

 

*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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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살, 대기업 회사원

 채무내역

학자금 (1,200만 원)/ 아버지 채무 (500만 원) /아버지 채무 (700만 원), 이것을 막기 위한 어머니의 빚 (1,000만 원)/ 본인 전세 대출금 (4,000만 원)/ 어머니 전세 대출금 (1,000만 원)/ 회사 유상증자 (2,800만 원)/ 자동차 할부 (1,700만 원)

현재 상환 내역

본가 전세 대출금 원금 (83만 원), 본가 전세 대출금 이자 (2만 원), 본인 원룸 대출금 (9만 원) 회사 유상증자 대출 (6만 원) 자동차 할부 (48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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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학년 때부터 대출 받은 학자금이 1200만 원 정도였어. 졸업하고 장교로 군대를 갔는데 학교 다닐 때는 이자만 내다가 입대 후에는 장교 월급으로 매달 20~30만 원 정도씩 상환했던 것 같아. 군에 있는 동안 2년 반 동안 꼬박 갚았는데 매달 집에 생활비를 드리니 학자금이 다 갚아지지 않더라고. 회사 입사하고 1년 조금 넘었을 때 다 갚을 수 있었어. 입사하고는 매달 30만 원 이상씩 갚았던 것 같아. 목돈 생기면 바로바로 상환해버리고. 끔찍하더라고. 은행 어플에 들어가면 예금이랑 대출내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대출이 수백만 원이 있는 거야. 절망적이었지. 언제나 예금보다 대출 금액이 더 크니까.

 

군대 입대한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도 많이 아프셨으니까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못 했지. 형도 갑자기 회사를 그만 뒀을 때고. 어머니가 운영하던 부동산도 어려워져서 집안에 소득활동을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거야. 내가 보내드리는 돈이 우리 집 소득의 전부였어. 내가 한 80만원 드렸나? 내 용돈 조금 남기고, 학자금 갚는 거 말고는 다 집에 보냈어. 회사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고. 그 때 몇 년이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

 

아, 그런데 회사 들어오니까 월급은 군대에서 받을 때 보다 두 배는 많아졌는데 집에 생활비를 더 드려야 하는 상황이 온 거야. 그때까지도 아무도 소득이 없어서. 동기들은 ‘돈 많이 주는데다’ 하면서 출근하는데 나는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거야.

 

상대감 박탈감도 많이 느꼈어. 회사가 대기업이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넉넉한 가정에서 자랐던 애들이 훨씬 많더라고. “어? 왜 이렇게 부자들이 많지”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했고. 두 번째는 “나 같은 케이스가 몇 안 되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월급 받으면 빚 갚고 집에 생활비까지 잔뜩 드려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거야. 내가 기억하기로는 내 주위에 비슷한 처지가 딱 한명이었어. 물론 말 안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 이외에는 다 미래를 계획하더라고. 다른 세상이더라고.

 

일단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미래를 보고 재무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전에 썼던 돈을 지금 갚아야 하는 사람이 있어. 빚이 있으면 발목에 쇠사슬이 얽혀서 자꾸만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회사에서 그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전에는 학자금 대출이 천만 원이 넘어도 ‘내가 내 학비로 낸 돈이니까’ 이 정도 감정 밖에 안 들었는데 거치기간이 길어지니까 이 빚이 내 미래계획에 장애가 되더라고 자꾸. 심리적 압박이 오기 시작하더라고. 조급하고.

 

다행히 당시 운이 좋았던 게. 입사 1년 차까지는 회사가 성과급도 많이 주던 해라서 1년 만에 확 털어버릴 수 있었지. 1년이 확 털어버렸던 말을 쓰기에 적절한 기간인가? 무튼, 그때 성과급을 받지 못 했다면 아마 2년, 3년, 그 이상도 갈 수 있었을 거잖아. 또 만약에 내가 군대 제대하고 백수시절 없이 바로 입사한 것도 다행이었고. 만약에 내가 버는 돈이 없었으면 더 힘들었겠지.

 

 

학자금 말고도, 내 인생에서 가장 심각했던 빚 두번째는 아버지께서 집안 생활비로 쓰려고 가족들 모르게 돌려 막기 하던 카드 대출이었는데. 학자금보다 더 무시무시한 빚이었지. 빚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하고 내가 보내는 생활비로 3식구가 근근이 먹는 건 되는가 보다 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장례 치르는데 갑자기 500만 원을 갚으라고 서류가 오더라고. 악성 대출이 계속 쌓이고 있던 거야. 아버지가 생활비 때문에 카드론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던 거야. 아무도 몰랐어. 카드대출이 있다는 걸.

 

돌려 막고, 막고, 막고 하다보니까 금액이 점점 커진 건데. 당시 장례 치르면서 들어온 부조금으로 그걸 딱 갚았어. 그런데 다음 날 **카드에서 칠백만원을 갚으라고 또 서류가 날아온 거야. 그 칠백만원짜리는 엄마 이름으로 카드론을 해서 돌려 막았어. 그리고 얼마 있다가 내가 지방으로 파견을 가게 됐는데 당시 엄마와 따로 살고 있던 원룸을 빼면서 돌려받은 보증금이랑 내가 조금씩 저축했던 거랑 합해서 천만 원 정도 돈이 생기더라고. 고민 했지. 입사한지 1년 됐고 학자금도 갚고, 수중에 천만 원이 생겼어. 그런데 아직 우리 집에는 카드론으로 빚이 있는 거야. 결국에는 어머니께 드렸지. ‘이걸로 나쁜 빚 갚으시라’ 그 때 현장 파견 근무나가는 거라 수당을 더 받을 수 있었거든.

 

빚은 취업하고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더라고. 입사 초기에는 일도 적성에 안 맞고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어. 그런데 그만두면 우리집 경제 상황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될까봐. 집안에도 내가 생활비를 대고 있으니까. 2년 동안 속으로 울면서 다녔지.

 

근데 빚이 계속 생겨. 또 생기고 또 생기고. 빚이 끊이지가 않아. 23살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빚이 있기 시작해서 지금도 빚이 있잖아. 갚아도 생기고 갚으면서도 생기고. 빚만 없었다면 20대 때 뭔가를 좀 더 길게 준비했겠지. 내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찾든. 나한테 딱 맞는 직장을 들어가는 거 진짜 어려워. 들어가 보니까 회사가 내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른 경우도 있고. 그래서 많이들 나가고 1년 안에 퇴사 비율이 되게 높아.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걸 시도해보려는 사람들이었지. 나는 못했어. 새로운 기회를 준비하는 기간을 갖지 못한 거 그게 제일 아쉬워. 내년이면 5년 차라 나름 회사에서 내가 이뤄놓은 것도 있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퇴사하고 다른 걸 준비한다는 건 어려울 것 같아.

 

학자금이랑 아버지 빚 말고도, 회사 다니면서 생긴 빚도 있어. 회사사정 때문에 주식 수를 3배를 늘려 직원들한테 팔았는데 내가 산 게 2837만원 유상증자야. 회사에서 설명회도 했고 자기가 원하는 은행을 선택할 수 있게도 해줬어. 나는 ㅇㅇ은행 계좌를 계속 써왔으니까 편하게 한 계좌로 통합하려고 ㅇㅇ은행을 선택했어. 가슴 아픈 빚이지. 수익이 날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주식투자의 특성 상 상환을 위해서 주가만 바라봐야 하는 거야. 내가 이 주식을 팔잖아? 판매가 금액만큼 주머니에 오기 전에 자동으로 이 대출을 갚기 시작해. 계약이 그렇게 돼있어. 주식이 많이 오르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2800만원 그냥 버린 거지.

 

사실 이걸 꼭 주식 팔아서 갚을 필요는 없거든. 현금으로 갚아도 돼.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주식 아닌 다른 방법으로 모은 돈으로는 이걸 갚고 싶지 않아. 다른 갚을 빚이 많기도 하고, 주식으로 잃은 돈은 주식으로 갚아야 덜 억울할 것 같아.

 

내년 5월에 지금 살고 있는 집 보증금을 받으면, 담보대출이나 다른 빚들을 조금씩 정리 할 수 있어. 그런데 집 때문에 결혼 할 때 또 빚이 생길 것 같아. 결혼하면 빚이 있더라도 고통 받지 않는 가정을 갖는게 꿈이야. 나랑 우리 가족은 돈 때문에 고통을 많이 받았거든. 빚으로 고통 받지 않는 가정이었으면 좋겠어. 빚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야. 가족이 고통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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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3T16:01:31+09:00 2016.12.21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