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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왜빚] 2화. 있잖아, 내가 빚이 있었는데

등록금이 없다면 대박일 텐데. 통일보다 대박이지. │

 

*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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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내가 빚이 있었는데.

 

학교 다니는 동안에

3년제 학교에 다니면서 5학기 등록금을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받았어. 한 학기에 330만 원 정도씩. 첫 학기등록금은 부모님께서 마련해주셨고. 중간에 100만 원 씩 두 번 생활비 대출을 받기도 했어. 학자금 대출 원금은 1,500만 원이고 이자는 대출 받던 첫해 아마 5% 정도 됐던 것 같아. 엄청 크지. 점점 낮아져서 마지막에서는 한 2%대였던 것 같아. 간호학과여서 취업이 보장되는 전공이었으니까 큰 걱정 없이 빌렸던 것 같아. ‘뭐 언제가 갚겠지’하고. 어쩔 수 없었으니까. 학교는 다녀야 하는데 대학 다닐 돈이 없어서 한 학기 등록하고 한 학기 휴학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 그리고 어쨌든 공식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곳이 있으니까 당연히 학자금 대출받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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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출을 받을 때는 잘 몰랐어. 아빠가 대신 대출해줬거든. 그런데 매번 학기마다 홈페이지 들어가서 신청을 하는데 내가 그때마다 채무자라는 걸 느끼는 거야. 그리고 내 통장으로 이자가 빠져나가니까. 그 일반학자금대출. 응. 한 달에 2~3만 원씩 일반학자금 이자 내고 다녔지. 그래서 내가 채무자인 건 항상 느꼈지. 내가 매번 그러지 않았어? 내가 학자금 대출 때문에 빚이 얼마 있다고.

 

그런데 나는 빚을 져서 학교에 다니는데 엄마랑 아빠가 돈 다 대줘서 학교 다니는 애들이 있더라고. 그럼 그 애들은 나중에 돈 벌기 시작하면 다 자기 돈 인 거야. 그런데 그런 애 중에 자기는 돈 없다고 맨날 그러는 애들 보면 괜히 재수 없다고 생각했어. 나는 마이너스인데. 내 돈 벌면 일단 빚부터 갚아야 하고. 그런 생각이 들면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 ‘금수저’라면 겪지 않아도 될 상황을 나는 지금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속상하기도 했고.

 

회사 동기 중에 씀씀이도 크고 돈을 잘 쓰는 애가 있어. 나는 옷 사는 거 술 마시는 거 원체 안 좋아하니까 돈을 안 쓴 것도 있지만 참고 ‘아… 말자’ 이러고 넘어간 적도 많단 말이야 그런데 그 친구랑 나랑 비슷하게 돈을 모은 거야. 비슷한 시기에. 내가 빚이 없었다면 지금 모은 돈보다 훨씬 많이 모았을 텐데 하는 생각하면 억울하지.

 

 

웃긴 거 아니야?

내 1,500만 원의 빚이 다른 대출이 아니라 학자금 대출이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사회가 웃긴 거 아니야? 내 빚이 학자금이라서 감사해야 하는 이 사회가 웃긴 거 아니야? 당연한 교육을 위해 내가 빚을 졌는데 그게 교육을 위한 빚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는 사회가 이상한 거지. 내가 뭘! 내가 명품 가방을 사봤어? 나는 그냥 학교만 다녔는데 빚이 1,500만 원이고 갚은 게 거의 2,000만 원이야. 슬프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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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 이런 문자도 받은 적 있어. 학자금 이중 지원? 이게 학자금은 내가 학기 전에 미리 빌리는 거잖아. 장학금은 학기 끝나고 들어오고. 그런데 이게 장학금이랑 학자금이랑 합한 금액이 등록금 액수보다 많으면 ‘이중지원자로 확인될 경우 한국장학재단 학자금이 제한됨을 알려 드립니다.’ 뭐 이렇게 문자가 와. 또 이중지원 초과금액을 빨리 내라 그렇게 와. 이 문자 받을 때마다 이건 뭔가 싶었어. 학생 장학금마저 빼앗아가. 빚 독촉하듯이 가져가잖아. 줬다 뺏는 것 같잖아. 치사하지 않아? 장학금이잖아. 내가 노력해서 받은 거라고. 그럼 학생이 장학금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20살부터 빚으로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억울하고 속상해. 그래서 나라가 원망스러워. 20대 초반이고 학생이고 학교를 다니기만 했는데 빚이 생겼잖아. 자조했지. 나 빚이 1500만 원이야. 자조했어.

 

요즘 세상에 대학은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대학 안 나오면 손가락질받기도 하잖아. 공부 못하던 애로 낙인찍히거나. 대학 졸업이 필수인 사회인데 빚을 지면서까지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지. 그리고 학비가 이렇게까지 비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학교 다니면서 ‘내가 낸 학비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이런 생각 진짜 많이 했어. 아예 등록금이 없다면 대박일 텐데. 통일보다 대박이지. 아니 근데 정치권에서 선거 때마다 내세운 거. 반값등록금 아니야?

 

내 동생도 학자금 대출받고 있단 말이야. 나는 다 갚았지만, 동생을 보면 ‘아, 진짜 쟤는 저거 언제 갚나, 내가 갚아줘야 하나?’ 그런 생각 들어. 취업이 보장되는 전공도 아니고 언제 취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취업해봤자 얼마를 벌지도 모르는데 그걸 언제 다 갚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나는 ‘입사하면 1년 안에 다 갚아버려야지’라는 마음으로 한 달에 몇십만 원씩 막 갚았는데.

 

빚 다 갚고

빚 다 갚고 엄청 후련했어. 엄청 자랑하고 다녔어. ‘나 빚 다 갚았다’고. 빚 빨리 갚으려고 두 번째 월급 탔을 때부터 갚아나갔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기준에 맞는 소득이 안돼서 아직 갚을 때가 아니었는데도 빨리 갚아버렸어. 2년 조금 안 되고 다 갚은 것 같아. 나는 빚 있는 거 너무 싫어. 지금 우리 집은 빚도 없고 재산도 없는 데 차라리 그게 나은 것 같아. 빚 있을 때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 갚다 보니까 이자 갚는 데만 돈이 들고, 빚을 갚아도 티가 안 나는 거야. 빚이 너무 많으니까. 부모님은 정말 열심히 일하시는데 우리 집은 재산이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고. 앞으로는 절.대. 빚지고 살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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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실은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내년에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신혼부부가 집을 구하는 거는 부모님이 안 도와주면 못하는 일이래. 결혼 자금을 모으고 있긴 한데 당장 내년에 모자라면 빌려야지 뭐. 슬프지만 사실 이게 현실이라고 생각해. 명품사거나 사치부리자고 빚지는 게 아니야. 그냥 남들처럼만 살려고 해도 빚을 지게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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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T08:55:12+09:00 2016.12.15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