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에 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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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3화, 지금 대한민국은 공짜돈을 뿌리고 있다

어떤 초콜릿을 선택하겠습니까?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 리가 진행한 공짜의 위력에 관한 실험이 이와 같은 구조이다. 그는 초콜릿 실험을 통해 0의 위력을 입증했다. 평소 미국인들이 더 선호하는 초콜릿인 린트트리플과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키스 초콜릿으로 실험을 전개했다.

린트트리플은 15센트에 팔고 키스를 1센트에 팔았을 때 실험 대상자들 중 73%가 가격이 더 비싼 린트트리플을 선택했다. 린트 트리플의 가격이 훨씬 비싸지만 제품의 품질을 비교한 뒤 이성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자 이번에도 골라보자.

다음 실험에서는 린트 트리플을 1센트 할인된 14센트에 키스는 공짜에 주기로 했다. 두 제품 모두 1센트씩 가격을 내린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결과는 69%의 고객이 키스를 선택했다. 공짜가 사람들의 비이성적 행동을 촉진하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공짜돈을 뿌리고 있다?

비이성적 행동을 유발하는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금융권, 광고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돈이 필요하면 빌려주겠다는 공짜돈의 유혹이 넘쳐 흐른다.
정부 출범 초 2013년 4월 1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제한적으로 DTI(총부채 상환비율)은행 자율, LTV(담보 인정비율) 70%까지 완화되었다. 그와 더불어 금리 인하, 세입자를 위한 집주인 담보대출 정책(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도 제시되었다.

같은해 8월 28일 전월세 대책으로 1.3~1.5% 수익, 손익 공유형 모기지 대출이 출시되었는데 전월세 대책으로 빚내서 집사란 정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2014년 2월19일 저소득층을 위한 디딤돌 대출이 출시되었고 7월 24일 LTV 70%, DTI 60% 일괄적용되면서 대출 관련 금융규제가 전면적으로 완화되었다.

또한 디딤돌 대출 대상을 저소득층 및 무주택자에서 소득제한 완화와 1주택자까지 확대시켰다. 그리고 급기야 최근 1% 모기지 대출 상품 출시와 함께 1.75%로 전격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되었다.
당장 생활비가 부족한 사람에게 누군가 돈을 빌려준 덕에 빈 통장에 두둑한 목돈이 입금되는 일을 생각해보자. 분명히 갚아야 할 돈이지만 우선 당장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은 아니다. 이자율이 낮아 두둑한 돈이 통장에 들어왔지만 매월 나눠 갚아야 할 돈은 작다.

가령 1억 원을 빌렸다. 일을 해서 벌려면 수년간 뼈빠지게 일하고도 숨만 쉬고 살아야 겨우 쥘까 말까 할 큰 돈이지만 은행에서 1% 금리로 빌린다면 매월 8만4천원의 이자만 갚으면 된다. 행동경제학자들이 입증한 공짜 앞에서의 흥분이 생기지 않겠는가.

특히 매월 월세 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사람에게 이 돈이 내 집을 갖게 하는 중요한 쌈짓돈이 된다면 흥분은 더욱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내 돈이 아닌 금융회사 돈으로 내 집을 갖게된다지만 매월 나눠 갚아야 할 이자가 지나치게 높다면 공짜에 대한 흥분보다 걱정이 앞설 수 있다.

“그런데 이자가 충분히 갚을만 하다면 어떨까?”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지숙 씨(가명)는 하루에 한 번 인터넷으로 자살이라는 단어를 검색한다. 죽을 만큼 고통스런 현실을 만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가족에게 주어진 행운이었다. 1991년에 결혼 할 당시 1000만 원짜리 전세를 어렵지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출산하게 되고 남편의 소득은 80만 원에서 겨우 100만 원으로 늘었다.
어쩔 수 없이 출산 이후 맞벌이를 했지만 다시 4년 후 둘째가 태어나고 전셋값은 그 사이 저축으로 해결하기 힘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반전세를 살 수 밖에 없는 처지 였고 그때 이 부인은 누구나 그렇듯이 월세 내느니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이자를 내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겼다.
1998년에 5000만 원의 빚을 끼고 8000만 원짜리 집을 샀다. 당시만 해도 LTV(담보인정비율)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식당에서 일을 하던 부인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일을 그만두면서 이자부담이 가계를 위협하게 되었다. 마침 집값은 2년 사이 4000만 원이 올랐기 때문에 팔아서 이자부담을 없애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운 좋은 시세차익을 챙겼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다른 집을 사거나 전세에 들어갈 형편이 안되었다. 과감히 빚을 끼고 집을 사는 투자를 감행했기 때문에 운 좋은 시세 차익을 챙겼다고 생각되었지만 현실은 그 행운으로 집 걱정 없는 삶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바로 그때 이 가족에게 국민임대 아파트에 입주하는 행운까지 주어졌다. 보증금 4000여만 원에 월세 17만 원짜리 집이었다. 이 가족에게 생긴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년 후 월세로 살던 국민임대 아파트에 우선 분양권을 갖게 된 것이다. 분양가에 비해 당시 시세는 8000만원이 더 높았다. 분양을 받아 매입하기만 하면 내 집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8000만원의 시세 차익이 고스란히 이 가족의 몫이 되는 듯 했다.
부족한 돈을 은행에서 빌리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남편의 소득도 그 사이 꽤 올라 매월 300여만 원이 되었다. 마치 은행에서 주는 공짜돈이 지렛대가 되어 때되면 알아서 돈도 벌고 집도 갖게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담보 대출 1억이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이자율이 낮아 매월 40여만 원만 갚으면 된다.
이들에게 미소만 지어주던 행운은 여기서 끝난다. 이후 이 행운이 악마의 미소로 돌변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지면서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부인이 소일거리로 생활비를 충당해 보려 했지만 이자비용까지 감당할 수는 없었다.
카드 결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여러 장의 카드를 돌려막기 하게 되었다. 바로 이 때부터 1년 사이 카드론 3개와 캐피털 대출 3개 대부업대출 2개 저축은행 대출 2개등 총 10개의 빚이 추가되었다. 금새 해결될 줄 알았던 남편의 소득 불안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담보대출 1억 원의 이자는 1%짜리 모기지 대출이 아니라 하더라도 3% 가량 적용받고 처음보다 이자를 절반이나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런 소득 불안에 의해 돌려막기로 생겨난 2금융권 대출들까지 정부의 선심성 이자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다. 나머지 2금융권 대출들의 이자율은 평균 27%였다. 대출 총액은 3300여만 원이지만 매월 갚아야 할 원리금은 140만 원이다.
1% 모기지 대출, 1%대 금리시대를 선포한 정부는 그 낮은 이자율의 대출로 시작된 빚이 잠깐의 불운만 겹쳐도 금새 30% 전후의 무시무시한 고금리 빚들과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빚도 자산이라더니 알고보니 무덤

가계 부채 1089조 원,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60%까지 치솟은 이유에는 정부의 빚 권하기 정책과 더불어 금융사의 마케팅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한 때 언론을 통해 이뤄진 금융사의 마케팅은 마치 빚을 일으켜 투자를 하는 것이 레버리지 투자(지렛대 투자)로 인식되게끔 만들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공짜돈을 뿌리고 있다
사람들에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말이 ‘빚도 자산이다’라는 말이다. 이는 언론을 통해 수년간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학습되어 왔다. 앞서 김지숙 씨의 사례에서도 5000만 원의 빚을 지렛대 삼아 4000만 원을 벌었고 1억 원의 대출로 8000만 원의 시세차익 기대도 가질 수 있었다.
만약 부동산 시장이 계속 활황을 지속했다면 지금쯤 김지숙 씨는 고금리 대출에 신음하면서 한 달에 11일을 결제로 속을 태우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빚으로 뛰어오른 집값이 언제까지 고공행진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일반적인 서민 가계에서 벌어질만한 변수들이 빚으로 만든 자산을 순식간에 지옥으로 만든다.
지금은 미국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면서 떠오르는 대권 후보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워런은 하버드 대학 교수 재직 시절 ‘맞벌이의 함정’이란 책으로 미국의 하우스 푸어 문제와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한바 있다.
그녀는 중산층들이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좋은 주거 여건을 갖추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일으켜 집을 사는 바람에 가계 재무 구조가 매우 취약해지는 것을 지적했다. 당장은 저금리에 이자 부담이 없는 듯 하지만 사소한 외부충격에도 가계가 순식간에 파산에 내몰릴 수 있을 정도로 충격을 흡수할 쿠션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바로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다고 예견했다.

“사소한 외부충격에도 가계가 순식간에 파산에 내몰릴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중산층 서민의 가계 재무 구조가 이러한 상태이다. 이렇게 충격을 흡수할 안전장치가 없는 재무구조를 만드는데에 정부, 금융회사, 언론의 역할이 주요했다. 정부의 빚 권하는 정책과 금융회사의 과잉 경쟁 및 대출 마케팅, 언론의 빚에 대한 왜곡된 정보전달이 아슬아슬한 현실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자 깎아줄 테니 빚내서 집사라고 외치고 금융회사는 그에 발맞춰 소비자의 상환 능력에 대한 꼼꼼한 검토 없이 담보대출에서 신용카드, 카드론과 리볼빙 등의 빚을 뿌린다. 거기에 언론이 나서서 ‘빚도 자산입니다’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생활비가 부족할 때 ‘저는 갚을 능력이 안돼서 빚은 사양하겠습니다’라고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무리하게 빚을 일으켜 상환불능 상태에 빠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개인에게만 돌아간다. ‘그러게 왜 갚지도 못할 빚을 일으켜’라는 비난과 함께 인권침해에 준하는 비인간적인 추심에 노출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지독한 책임을 진다.

“그러게 왜 갚지도 못할 빚을 일으켜”

그에 비해 빚내 쓰라던 정부, 책임 대출을 위해 개인의 신용정보를 전부 수집하고도 여전히 무책임한 대출을 해대는 금융회사들과 빚을 미화시키던 언론들은 책임에서 완전히 비껴있다.

돈이 필요해? 전화 한 통이면 단박에~

TV만 켜면 돈 빌려 쓰라는 광고가 실시간 전파를 타며 우리의 뇌를 자극한다. 15초의 마술이라는 광고는 사람들의 감수성을 조작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은 입에 대부업 대출 광고를 흥얼거리고 대부업체 한두 군데 이름을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이다.

“대부업광고 하루 1364건 거의 세뇌에 가까운 학습”

최근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TV를 통해 방송된 대부업광고가 하루 1364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쯤되면 거의 세뇌에 가까운 학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 정책으로 금융권의 무분별한 대출 영업과 언론의 대출 미화도 모자라 하루 종일 무이자를 외치며 빚 내쓰라고 세뇌를 당하는 대한민국에서 정신차리고 빚 없이 사는 일이 가능한 건지가 의문이다.
미국에서는 파산 법원을 운영하면서 채무자들의 새 출발을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다. 가장 큰 취지는 채무자의 인권보호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채권자에 대한 징벌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파산 면책을 쉽게 해주고 빚독촉을 가혹하게 하지 못하도록 금지함으로써 돈을 빌려줄 때 신중하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만약 파산 면책이 쉬웠다면 김지숙 씨에게 캐피털사와 저축은행 대부업체등이 그렇게 쉽게 돈을 빌려 주었을까?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무분별한 대출을 공급하면서 김지숙 씨와 같이 빚으로 빚을 갚는 사이 한해 수조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쉽게 챙길 수 있었을까?
기업의 영업활동에는 많은 자유를 허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을 지움으로써 자칫 기업들이 법과 제도의 힘을 이용해 도덕적으로 해이해 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미국의 경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신중한 대출을 하라고 개인의 정보 수집권한도 부여 받고서 무책임한 대출을 일삼는다. 심지어 수집된 개인정보를 관리하지 못해 여기저기 팔려나가는 문제만 일으켰다. 그리고는 무책임한 대출로 채무자들이 연체하기 시작한 채권 또한 헐값으로 여기저기 팔아치운다. 모든 책임을 채무자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사이 채권 채무 계약의 한 당사자인 금융사는 아무런 책임없이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과연 이런 사회가 정상사회일까”

빚을 갚지 못해 발생한 연체, 채무자만 책임지는 것이 옳은 것인지, 빚을 권하던 정부와 무책임하게 대출했던 금융사 하루 1300회 이상 광고로 돈 빌려가라고 애타게 떠드는 대부업체들은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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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3T16:50:30+09:00 2015.03.19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