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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년 내 부실채권 1000억 소각…채무자에 새 삶 기회줄 것”

ㆍ‘빚 탕감 운동’ 나선 주빌리은행 유종일·이재명 공동 은행장

ㆍ대부업체 추심에 111만명 ‘고통’

ㆍ“전국 악성부채 규모 100조 달해 모금·기부론 한계…정부 나서야”

“빚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제해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간판만 ‘은행’이지, 일반 은행처럼 여수신 업무는 하지 않습니다.”(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경제전문가 유 교수와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 출신의 시민운동가인 이 시장. 살아온 과정도, 하는 일도 다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일을 벌였다. 지난 8월 빚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을 구제해주는 ‘주빌리은행’을 출범시키고 공동 은행장을 맡은 것이다. 유 교수는 시민단체에서 시작한 빚 탕감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이 시장은 성남시의 모라토리움(지불유예·일정 기간 채무 이행을 유예)을 선언했던 장본인으로 빚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주빌리은행 설립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성남시장실에서 유 교수와 이 시장을 만났다.

주빌리은행 공동 은행장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왼쪽)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30일 성남시장실에서 주빌리은행 설립의 취지와 의미, 향후 운영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유 교수는 “부실채권 시장은 약탈적”이라며 “채권은 죽지 않고 계속 거래되면서 채무자를 평생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죗값을 치르면 다시 기회를 주는데 능력이 모자라 빚을 못 갚는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조차 안 주는 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주는 것 또한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채권 소멸시효가 너무 쉽게 살아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행은 통상 3개월 이상 채권이 연체되면 이를 대부업체에 헐값에 넘긴다. 보통 부실채권 여러 개를 묶어 원금의 10% 안팎을 받고 파는데 소멸시효(5년)가 끝난 채권도 뭉텅이로 넘기는 경우가 있다. 이 단계부터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보던 채권 추심이 시작된다. 대부업체는 소멸시효가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는 장기 채무자들에게 집요하게 전화해 단돈 1만원이라도 갚으면 채무 조정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꼬드긴다. 여기에 응하는 순간 채무 변제 의사가 확인된다. 이렇게 되면 소멸시효가 사라진 채권도 살아난다. 대부업체들이 이런 법률적 허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채무 취약계층은 350만명, 장기 연체자는 114만명, 대부업체로부터 추심받는 채무자는 111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 교수는 ‘기업 연대보증’의 폐지를 촉구했다. 기업 연대보증은 기업체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은행에서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기업체는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을’이 된다. 돈을 빌려주는 쪽인 은행은 ‘갑’으로, 기업체는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데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연대보증에 기업인을 포함해 임직원과 심지어 가족까지 동원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기 일쑤다. 창업한 지 3~5년 이내 기업의 경우 신용등급이 A 이상이면 연대보증을 면제하도록 돼 있지만 이러한 규정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있으나 마나 한 법이다.

2일 주빌리은행은 성남산업진흥재단과 함께 기업 연대보증 부실채권 소각 행사를 가졌다. 이날 소각한 채권은 은행들이 채권시장에 싼값(채무액의 0.1% 수준)에 판 부도기업의 악성채권 110건으로, 채무 원금만 235억8400만원에 이른다. 연대보증인도 150명이나 된다.

“1년 내에 부실채권 1000억원을 매입해 소각할 겁니다.” 유 교수와 이 시장은 이제 정부도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전국적으로 악성부채 규모가 100조원에 이르는데 모금과 기부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주빌리은행은 시민들의 모금으로 시작됐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정책과 예산을 통해 서민들의 빚을 탕감해줘야 한다”면서 “이 운동이 사회 전체로 확산될 때 공동체가 회복되고 경제도 건강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성남시장이 은행장이라서 그런지 주빌리은행을 성남지역 은행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지자체 가운데 성남시가 처음 참여했지만 다른 지자체들도 동참해 사람 살리는 ‘착한 은행’인 주빌리은행이 전국 곳곳에 설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022122445&code=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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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T02:05:17+09:00 2015.12.04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