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냉장고 렌털채권, 불법추심 사각지대 벗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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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냉장고 렌털채권, 불법추심 사각지대 벗어나나

유혜림2025. 10. 22. 11:22

당국 대부업법·채권추심법 검토
렌탈채권 관리·감독 대상 급물살
청년층 장기 연체자 “실태조사 필요”

정수기·냉장고 같은 생활필수품 렌털료를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협박과 고소를 당하는 이른바 불법추심 피해자들이 제도권 보호를 받을 길이 열릴 전망이다. 국정감사에서 렌털 채권의 불법 추심 실태가 도마에 오르자 금융당국이 상거래채권(비금융채권)까지 감독 체계에 편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상거래채권을 보유하거나 추심을 수행하는 경우, 대부업 등록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라며 “채권추심법 적용 여부와 개인채무자보호법상 비금융채권 포함 가능성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렌털채권이 제도권 관리체계에 포함될 경우, 금융채권과 마찬가지로 ▷채무 독촉 횟수 제한 ▷시효가 지난 채권의 부활 금지 ▷협박·허위고지 등 불법 추심행위 금지 등의 규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렌털·통신채권 규모는 지난해 6조788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조3688억원으로 급증한 상태다. 현재 렌탈채권은 법 사각지대에 있어 무등록 대부업체들이 장기 연체 렌털채권을 싸게 사들여 채무자를 대상으로 통장 압류, 소송을 남발하는 실정이다. <본지 8월 14일자 2면 참조>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롤링주빌리’가 상담한 렌털채권 불법 추심 피해자 998명을 대상으로 분석해보니 이들의 평균 채무는 2809만원, 평균 연체기간은 7년 이상였다. 피해자들의 평균 소득은 152만원으로 생계취약계층이 다수를 차지했으며,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가 절반에 달했다.

피해 사례 대부분은 40만~100만원대의 소액 렌털료로 파악됐으며 일상생활과 밀접한 가전제품 렌털이 68%로 가장 많았다.

불법 추심업체들은 계약서를 오래 보관하지 않거나 특약·반환 시점을 증빙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채무자에게 변제를 압박했다. 소멸시효가 지난 빚이라도 한 번이라도 돈을 내거나 갚겠다는 약속을 하면 시효가 되살아나는 틈을 악용한 것이다.

국회에서도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렌털제품과 통신요금 연체가 급증하면서 추심 건수가 올 상반기에만 750만건에 달했다”면서 “(감독당국은) 렌털·통신사 자체 추심이나 불법 대부업체로 넘어간 건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 빨리 비금융채권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부업 등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당국이 렌털채권을 취급하는 일반 법인까지 대부업법 기준으로 묶더라도 자본금 요건 등에 막혀 현재 불법 추심업체 상당수가 여전히 관리망 밖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무등록 추심업체 대부분이 개인사업자 수준이라 사실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부업 관리 대상으로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제도 편입과 동시에 채무조정 문턱을 낮추는 병행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통신요금·전기요금은 올해 개정된 서민금융법을 통해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됐지만 렌털채권은 여전히 제외돼 있다.

강명수 롤링주빌리 본부장은 “비금융 렌털채권을 서민금융생활지원법상 채무조정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신용회복 제도와 연계돼 실질적 보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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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v.daum.net/v/20251022112250277

2025-10-23T10:54:49+09:00 2025.10.23 10:54|